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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한식 초보자를 위한 장(醬) 만들기: 고추장, 된장, 간장

by 반짝반짝보물 2025. 5. 25.

 

한식의 맛을 책임지는 세 가지 기본 양념, 고추장·된장·간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다양한 요리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특히 비건 식단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동물성 없이 감칠맛을 내는 데 있어 이 장류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장류에도 간혹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안전하고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건 식단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도록 고추장, 된장, 간장을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드는 기본 방법과 원리를 소개합니다.

 

비건 한식 초보자를 위한 장(醬) 만들기: 고추장, 된장, 간장
비건 한식 초보자를 위한 장(醬) 만들기: 고추장, 된장, 간장

매콤달콤한 맛의 핵심, 비건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은 매콤하면서도 깊은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장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찹쌀풀에 고춧가루, 엿기름, 메주가루 등을 넣고 오랜 시간 숙성시켜 만듭니다. 비건 고추장을 만들 때 중요한 점은 단맛과 감칠맛을 내기 위해 동물성 재료 없이 식물성 원료만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추장의 기본 재료는 찹쌀풀, 고춧가루, 메주가루, 소금, 엿기름 또는 조청입니다. 이 중 메주가루는 전통 장의 발효균을 제공하는 중요한 재료이며, 시중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판 메주가루에는 간혹 동물성 첨가물이 있을 수 있으니, 원재료 성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찹쌀풀은 찹쌀가루나 불린 찹쌀을 끓여 만든 풀로, 고추장의 단맛과 점도를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찹쌀풀을 끓일 때는 타지 않도록 중불에서 저어가며 익혀야 하며, 충분히 식힌 후 다른 재료와 섞어야 잡균 번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엿기름 대신 조청이나 매실청, 사과즙 등을 사용하면 비건 고추장에서도 단맛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과즙은 과일의 자연 당분과 산미를 제공해 건강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재료를 섞은 후에는 깨끗한 용기에 담아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1개월 이상 숙성해야 맛이 깊어집니다. 3개월 이상 숙성하면 더욱 진한 풍미가 우러나오며, 냉장 보관 시 1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건 고추장은 쌈장, 볶음 요리, 양념장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된장과 섞어 만든 ‘쌈장’은 고기 없이도 맛있는 비건 쌈밥을 완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조미료 없이 건강한 감칠맛을 원한다면 직접 만든 고추장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깊고 구수한 전통의 맛, 비건 된장 만들기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가장 한국적인 발효 음식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삶은 콩을 찧어 메주를 빚고, 이를 건조 및 발효한 후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켜 만듭니다. 비건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추장보다 조금 더 많은 인내와 정성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식물성 감칠맛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메주 만들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콩은 국산 메주콩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충분히 불린 후 푹 삶아줍니다. 삶은 콩을 절구나 믹서로 으깬 후, 손으로 뭉쳐 벽돌 모양으로 빚습니다. 이 메주 덩어리는 짚을 엮어 묶은 끈에 매달아 30~40일 동안 건조 및 발효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흰 곰팡이, 황색균 등이 메주에 자리 잡으며, 장의 향과 맛을 좌우합니다.

메주가 완성되면 소금물에 담가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장 담그기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메주와 소금물의 비율, 항아리의 위치, 햇빛과 온도 모두 된장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개 장은 겨울 말쯤 담가 2~3개월 숙성하며, 그 후 메주 건더기와 국물을 분리해 된장과 간장으로 나눕니다.

비건 된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육수나 젓갈, 멸치 등의 감칠맛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을 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직접 담근 된장이라면 콩 본연의 고소한 맛과 깊은 발효 향이 살아 있어, 별도의 동물성 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된장은 찌개, 나물무침, 쌈장, 국물 요리 등에 두루 활용되며, 특히 비건 된장은 나트륨 함량을 조절할 수 있어 건강식에도 적합합니다. 시판 제품을 고를 경우에는 '순식물성' 또는 '비건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성분에 어패류 추출물이 없는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감칠맛의 기본, 비건 간장 만들기

간장은 장류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음식의 간을 맞추거나 국물의 색과 맛을 조절할 때 필수적인 양념입니다. 간장 역시 콩을 기본 재료로 하며,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일정 기간 발효시킨 후 얻는 액체입니다. 이 점에서 된장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지만, 제조 방식과 숙성 방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비건 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콩, 천일염, 물 세 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이 역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메주를 먼저 만들어야 하며, 된장 만들기와 같은 방식으로 발효를 거칩니다.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보통 15~20% 농도)을 부어 한두 달 정도 숙성시키면, 자연스레 간장과 된장이 분리됩니다. 위에 뜬 맑은 액체를 떠낸 것이 바로 간장입니다.

비건 간장을 직접 만들면 시중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다랑어 추출물, 멸치액젓, 설탕 등을 피할 수 있습니다. 비건 간장의 풍미가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표고버섯, 다시마, 무 등을 활용한 채수와 함께 사용하면 깊고 담백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자연 발효 간장은 최소 6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쳐야 하며, 오래 숙성될수록 색이 진하고 향도 풍부해집니다. 직접 담근 간장은 시간이 갈수록 짠맛은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은 깊어지기 때문에 비건 요리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염 간장, 조림용 간장, 양조간장 등 다양한 종류의 간장이 시판되고 있는데, 비건 기준에 부합하려면 첨가물과 감미료의 유무, 동물성 원료 사용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천연 양조’, ‘전통 간장’이라는 문구만 믿지 말고 반드시 원재료명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비건 장(醬) 만들기의 기쁨

비건 한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장류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히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깊이 있는 맛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은 비건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줍니다. 직접 만든 장은 시간과 정성이 들지만, 그만큼 내 식단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간다는 만족감도 큽니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차례차례 만들어보며, 우리 전통 발효문화의 매력과 자연 식재료의 맛을 한껏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