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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한식 레시피로 프랑스인에게 한식 알리기 체험기

by 반짝반짝보물 2025. 6. 3.

한식은 오랜 전통과 함께 깊은 맛을 자랑하지만, 고기나 생선 등 동물성 재료가 자주 사용되어 비건 식단을 유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특히 서구권에서 한국 음식은 종종 매운 음식 혹은 바비큐 중심 요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속에서도 건강한 비건 한식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친구들과의 문화 교류 자리에서 비건 한식 레시피를 활용해 식사를 준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반응과 느낀 점, 배운 점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비건 한식 레시피로 프랑스인에게 한식 알리기 체험기
비건 한식 레시피로 프랑스인에게 한식 알리기 체험기

메뉴 선정부터 문화적 고려까지: 프랑스 입맛을 이해하는 과정

처음부터 한식의 깊이를 100% 전달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랑스인들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한식 비건 요리로 접근했습니다. ‘김치’는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처음부터 내기보다, 익숙한 식재료로 만든 ‘비빔밥’, ‘잡채’, ‘두부조림’, ‘된장국(채수 베이스)’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채소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지만, 대부분이 오븐에 구운 채소 중심이고, 한식처럼 국물과 양념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문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채수로 우려낸 국물'이나 '양념간장 베이스'의 조리는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표고버섯, 다시마, 양파껍질 등으로 우린 채수는 감칠맛이 깊어 그 자체만으로도 프랑스인에게 놀라움을 주었고, 재료의 활용 면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음식은 단지 맛이 아니라 문화와 철학의 전달자라는 점입니다. 프랑스 친구들은 "채소만으로 이 정도 깊은 맛이 나올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고, 고기를 넣지 않은 잡채에 오히려 더 집중했습니다. 전통 조리법은 그대로 살리되, 향신료나 단맛 조절을 통해 현지 입맛에 맞게 약간의 조정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조리과정 공유와 식사 시간의 풍경: 참여와 소통 중심의 경험

비건 한식을 단순히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프랑스 친구들에게 직접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잡채의 당면을 불리고 볶는 과정, 고추장 양념을 만드는 법, 김을 굽고 자르는 법까지 직접 체험하게 하니 자연스레 한식에 대한 이해도와 흥미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고추장 비빔밥을 만들 때에는 각자 채소를 고르고 담아내는 자유로운 방식이 'DIY 스타일'과 닮아있다며 흥미를 보였습니다. 고추장의 매운맛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조절 가능한 점을 설명하고 꿀이나 배즙으로 단맛을 더해주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프랑스에서는 ‘식사 시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조리한 음식을 천천히 나누고, 각 요리에 대한 질문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한식의 철학(공동체 식사, 음양오행 등)까지도 대화 주제가 되었습니다. 단지 요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 친구는 “비건 식단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정말 배가 부르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음식의 ‘따뜻함’과 ‘정성’이 통했다는 뿌듯함도 컸습니다.

알게 된 차이와 가능성: 프랑스 속 비건 한식의 미래

프랑스에는 이미 비건 식문화가 꾸준히 자리 잡고 있고, 시장에서도 다양한 식물성 제품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외식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고정관념도 존재합니다. 한식 비건 레시피는 그 틈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국물 요리, 양념을 활용한 반찬류, 발효 음식 등은 서양 비건 요리에서는 보기 드물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체험을 계기로 몇몇 친구들은 직접 다시마나 간장 등을 사서 재현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한국식 조미료는 감칠맛이 뛰어나면서도 몸에 부담이 적다”고 느꼈습니다. 현지의 슈퍼마켓에서는 고추장이나 된장을 구하기 어려워, 함께 온라인 구매처를 찾아보며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한국의 비건 한식이 단순한 요리가 아닌 철학과 전통의 결과물임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고기를 뺀 식단이 아니라, 제철 재료, 발효 음식, 음양오행 등 전통 지혜가 녹아든 레시피라는 점을 알렸을 때, 문화적 존중과 관심이 훨씬 커졌습니다.

작은 밥상이 만든 진심의 연결

한식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성스럽게 차린 한 끼 식사'였습니다. 비건이라는 제약을 넘어, 오히려 더 넓은 가능성과 감동을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프랑스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식은 국경을 넘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식탁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비건 한식, 그것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