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반찬이지만, 대부분의 김치에는 새우젓, 액젓 같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겐 김치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요즘은 비건 김치 레시피가 다양해지고, 그 맛도 기대 이상이라는 후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직접 도전해봤습니다. ‘비건 김치, 정말 맛있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번 도전기, 지금 시작합니다.
젓갈 없이도 감칠맛! 재료 고르기와 준비 과정
비건 김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했던 건, ‘젓갈 없이 감칠맛을 어떻게 낼 것인가?’였습니다. 김치의 깊은 맛은 사실상 새우젓이나 액젓에서 나오는 특유의 발효 풍미 때문인데, 이를 뺀 채 어떻게 맛을 채울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죠.
우선 기본 베이스는 일반 김치와 동일합니다. 배추, 무, 파, 마늘, 생강은 필수로 준비했고, 여기에 양파, 당근 등을 추가하면 식감과 색감도 좋아집니다.
감칠맛을 위해 건표고버섯, 다시마, 사과, 배, 양파 등을 활용해 채소 육수를 냈습니다. 이 육수는 비건 요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감칠맛 베이스인데, 김치 양념에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천연 발효의 도움을 줄 재료들입니다. 찹쌀풀은 김치 양념에 점성과 발효 촉진을 더해주기 때문에 필수로 준비했으며,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를 위해 사과와 배를 갈아 넣었습니다.
비건 김치에서는 간장을 소량 사용하거나, 된장을 아주 약간 첨가해 깊은 풍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특히 조선간장을 사용하면 감칠맛이 한층 살아납니다.
소금은 일반 정제염보다는 천일염을 추천합니다. 절임 배추가 비건 김치의 기본이기 때문에, 염도가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발효를 도와주는 천일염이 좋습니다. 배추 절이기만 잘해도 김치의 50%는 완성됐다고 하죠.
이런 식으로 젓갈 대신 자연식 재료들의 조합으로 충분히 감칠맛과 발효를 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 본격적인 양념 만들기 단계로 넘어갑니다.
양념 만들기와 김치 버무리기, 손맛 대신 ‘균형의 미학’
양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재료 각각의 비율이었습니다. 젓갈이 빠진 만큼 간이 과하거나 부족해지기 쉬운데, 그 중심을 잘 잡아야 깊고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찹쌀풀은 미리 만들어 식혀 둡니다. 물 2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넣고 저어가며 끓이다 보면 묽은 죽처럼 되는데, 이게 양념의 접착력과 발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식은 찹쌀풀에 간 마늘, 생강, 양파, 배, 사과, 고춧가루, 간장 또는 된장, 채소 육수 등을 넣고 섞으면 양념 기본 베이스가 완성됩니다.
고춧가루는 맵기와 색감을 조절하는 핵심이라서, 덜 매운 김치를 원하면 고운 고춧가루를 주로 쓰고, 매콤한 맛이 좋다면 태양초를 섞어줍니다. 양파와 과일에서 단맛이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설탕은 넣지 않았고, 대신 약간의 매실액을 가미해 상큼한 산미를 더했습니다.
양념은 실제로 맛을 보며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간이 약하면 조선간장을 한두 방울 추가하고, 너무 묽으면 고춧가루를 약간 더 넣어 되직하게 만듭니다. 손맛도 중요하지만, 비건 김치에서는 오히려 ‘균형의 미학’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버무리는 과정에서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배추 속까지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하나하나 정성껏 무쳤습니다. 무를 채 썰어 넣으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쪽파나 갓 등을 넣으면 향이 훨씬 풍성해지죠. 하지만 비건 김치에서는 너무 많은 부재료보다, 배추 본연의 맛과 양념의 조화가 주인공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김치는 단순히 버무리는 반찬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과 온도를 믿고 맡기는 발효 음식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숙성과 보관, 그리고 첫 맛 본 순간의 솔직 후기
김치는 담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숙성과 보관입니다.
젓갈이 빠졌기 때문에 발효가 느릴 수 있고, 맛이 심심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깔끔하고 은은한 맛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담근 김치는 실온에서 하루 정도 발효시킨 뒤, 바로 김치냉장고로 옮겨 넣었습니다. 발효의 속도는 계절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실온 20~22도 정도에서 하루 정도면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고, 향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김치냉장고가 없다면 냉장고 가장 안쪽 선반에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틀째 되는 날, 처음 김치를 꺼내어 밥과 함께 먹어봤습니다. 젓갈 없이 만든 김치라서 어떤 맛일까 정말 궁금했죠.
첫 느낌은 ‘깔끔하다’였습니다. 젓갈 특유의 강한 풍미는 없었지만, 배와 사과의 자연스러운 단맛, 표고와 다시마 육수의 은근한 감칠맛, 그리고 조선간장으로 살짝 잡은 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먹고 나서 속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깔끔한 마무리감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며 김치가 더 숙성되자, 젓갈을 넣지 않았음에도 특유의 발효된 깊은 풍미가 점점 살아났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김치의 맛은 젓갈이 아니라 발효와 재료의 조화에서 온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관 팁으로는, 비건 김치는 너무 오래 두기보다는 1~2주 안에 먹는 게 가장 맛있다는 점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발효시키면 젓갈 없이 잡힌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산미가 지나치게 올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건 김치, 단순한 대체가 아닌 새로운 발견
비건 김치를 만들면서 저는 단순히 젓갈을 빼고 ‘덜 자극적인 김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김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를 되짚고, 재료 본연의 맛과 자연스러운 발효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깊은 맛을 만드는 작업이었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추구한다면, 비건 김치는 선택이 아니라 발견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젓갈 없이도 충분히 맛있고, 무엇보다 속이 편안한 김치를 만나게 될 거예요.